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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에게 하는 말

태동

by 꼬비( ggoby) 2024. 7. 14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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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동이라는 말이 실감이 사실 안 났어. 우리 건똑이랑 비슷하게 태어날 아이를 가진 형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줬어.

태동을 아내가 느낀다고 할 때 거짓말 같아서

 

"아이구, 또 가짜 태동 느꼈어!?" 하면서 놀렸는데 어느 날 저녁에 아내가 배에 손을 얹어 보라고 했는데 사람이 치는 것처럼 퍽하고 배에서 태동을 느꼈다고 말이야. 그 형의 아이는 아들이었고, 건똑이보다 3주 정도 늦게 태어나는데 벌써 그렇게 느끼다니 아이들마다 다르고, 엄마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했으니 나도 기대하고 기다려 봐야지!! 하고 생각했어.

 

엄마가 23주 되던 날 밤에 누워서 아빠를 부르더니 지금이야 하면서 내 손을 배에 가져갔어.

빠는 '에이' 설마 하면서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 

'툭' 하면서 너가 아빠한테 손뼉을 치려고 손을 뻗는 느낌?!이랄까 아빠의 손바닥, 손끝, 손가락 하나하나에 그 전율이 느껴져서 엄마에게 

 

  "너무 신기하잖아, 이제 아이가 내 몸으로 느껴져. "

라고 이야기를 하곤 그 감동적인 순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어.

 

 

 

그 기분은 음.. 뭐랄까, 어린이날 처음으로 놀이동산을 가서 구슬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

하는 그런 마음과 너무 비싸서 엄마가 괜찮을까? 하는 걱정이 함께 들지만 결국 구슬아이스크림을 먹고 모든 걸 다 잊고 그 맛에 천사들의 종소리가 머릿속에 댕댕 울리는 기분이었어. 아니, 이 표현으로도 부족해. 

 

그리고 엄마가 요새는 자주 태동을 느껴 오른쪽으로 누워있으면 오른쪽에서 툭하고 쳐서 왼쪽으로 누우면 왼쪽에서도 툭 쳐서 아이랑 소통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.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빠가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

'부럽다. 나도 내 배속에 아이 가지고 싶다'라고 이야기를 해버렸어. 엄마는 건똑이를 가져서 너무 행복한데, 그럼에도 너무 힘들어하거든. 

 

 

 

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빠가 성장통이 심했고, 내 몸이 조금만 까져도 아프잖아. 그런데 엄마는 자신의 몸속에서 계속 변하고 있고, 만들어지고, 넓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고 아플지 상상이 안 가 ㅠ 

그래서 아빠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해 

 

하지만, 한편으로는 아빠는 부럽더라고. 너와 온전히 소통할 수 있는, 새로운 생명을 온전히 40주 동안 품을 수 있는 그런 것이 말이야.  

 

 

그래도 앞으로는 엄마에게 부럽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어. 엄마는 점점 배가 나옴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그만큼 쌓여가는 것 같거든! 쉿  ~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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