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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에게 하는 말

17주 건똑이에게

by 꼬비( ggoby) 2024. 5. 2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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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6주 2일 차 2차 기형아 검사를 받으러 갔어. 1차 기형아 검사를 받으러 갈 때는 너무 떨려서 엄마랑 밤에 잠을 설쳤지 모야

다행히 병원에 갔는 의사 선생님께서 "투명대 길이가 정상이네요"라고 이야기하는데 머리에서 천사들이 나팔을 불면서 지나가는 느낌이었어. 4주 뒤에 2차 기형아 검사를 하면서 너의 성별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셨지

 

엄마는 고기가 땡기고, 입덧하는 증상과 외할머니 음. . 건똑이에게는 외증조할머니께서 밤 꿈을 태몽으로 꾸셔서 남자아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고! 처음에는 딸을 너무 원한다고 하더니 배에서 느끼기에는 아니었나 봐 ~ 

 

아빠는 딸이든 아들이든 건강하게만 자라났으면 좋겠지만 딸이면 더 예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, 두둥 !!

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에게만 들리게끔 밋밋하네요, 여기도 볼게요. 자세히 봐도 밋밋한걸 보니 많은 가능성으로 딸일 것 같네요. 라고 하는 걸 들어서 괜스레 눈시울 붉어지는 거야

 

아빠는 사실 눈물이 많은데, 최근에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메마른 논바닥처럼 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어. 건똑이를 만나고 나서는 다시 잔잔하게 물이 차오르는 걸 느껴. 눈 건강까지 딸이 생각해 주는 거지?! 헤헤 요새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유치해지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이 낯설지만 좋은 기분이야

 

검사결과가 오늘 엄마 핸드폰으로 나왔어!

[Web발신]
[OOOO] 통합 기형아검사결과 다운증후군, 에드워드증후군, 신경관결손 저위험군(정상소견)입니다.

 

11시쯤 근무하는 중에 이 문자를 보고 눈물이 나와서 참으려고 꾹 꾹 눌렀는데, 엄마도 결과를 보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의 수도꼭지도 틀어지더라고!

 

그리고 엄마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게 보였어. 이 문자를 확인하기 전까지..

축하해주고 싶었고,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꽃을 예약하고 지난번에 노란 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한 게 기억이 나서 꽃집 사장님께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편지와 함께 선물해 줬어. 아빠는 더 엄마에게 잘할게!!

 

힘들어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라서 미안해. 같이 힘들고 같이 아파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.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예쁜 건똑이 건강하다고 하니 너무 다행이야. 건똑이도 사랑하지만 너를 더 사랑해!

 

 

고마워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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